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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기]덕수궁에서 만난 고종황제의 집무실 |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2-11-04 | 조회수 | 4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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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가 다르게 바람이 싣고 오는 무게가 다르다. 달려가 마중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창문 깊숙이 숨어든 가을볕이 눈부시다.
뉴스 끝자락에 2022년 덕수궁 즉조당 재현 집기 전시를 한 주간 한다고 보도했다. 덕수궁 즉조당(卽阼堂)은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과 인조가 즉위한 곳이다. 임금이 즉위한 곳이라 즉조당이라 불린다. 이후 고종이 대한제국의 황제궁으로 선포하고 정전의 역할을 하다가 나중에 임금님의 집무실인 편전으로 활용되었던 곳이다. 이번 즉조당 재현 집기 전시는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무려 4년 동안 이곳을 완벽하게 재현해내기 위해 노력하여 재현되었다. 관람은 무료이며 우리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도 감상하고 과거 궁중 문화와 생활상을 엿보며 감상할 수 있겠다. 올해는 재현 전시에 꼭 가보리라 머릿속에 꽁꽁 저장해놓고 주말 오후 길을 재촉한다. 전통 한복으로 곱게 단장하고 웨딩 촬영하는 커플도 보이고, 가을 닮은 한복을 입은 외국인도 눈에 띈다. 쭉 내려그은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의 한복은 아름답고 우아한 멋을 풍긴다. 누가 입어도 정갈하면서 단아한 자태를 뿜어내기에 외국인들에게 한복 체험은 인기다. 즉조당은 내부와 월랑(도각의 일종)을 통해 이어진 즉조당 옆의 준명당에 직접 들어가 관람할 수 있다. 다행히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즉조당 내부 왕의 자리 뒤편으로 ‘수(壽)’와 ‘복(福)’를 수놓은 ‘백수백복자 자수병풍’이 보인다. 다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한 폭에 36자씩 10폭에 수놓아 총 360자 모두가 각기 다른 서체를 가지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원본의 색에 맞게 각 각의 실을 염색하여 한 자 한 자 수를 놓았다니 그 아름다움에 취하고 눈과 귀, 가슴 깊이 담아둔다. 앞에 이동식 침상 용도의 평상과 그 앞에는 책상인 경상을 감상했다. 방의 바깥쪽 신하의 자리에는 경상과 함께 붓과 먹을 보관하는 연상이 배치되어 있다. 영화나 TV에서 본 익숙한 풍경이다. 이 밖에 방 내부를 밝히는 조명기구로 철제 은입사 촛대와 화로가 배치되어 있었다. 촛대 뚜껑은 연꽃 문양이 화로의 뚜껑에는 4괘와 박쥐 문양, 몸체에는 사슴 문양이다. 즉조당 내부 관람 후 긴 복도식 월랑을 통해 이어진 준명당에 직접 들어갈 수 있다. 특히 고명딸인 덕혜옹주와 황실 아이를 교육하는 조선 왕실유치원으로도 사용되었다. 준명당을 나오니 어느덧 해가 기울고 여기저기 화려한 조명 빛으로 수 놓는다. 신선한 밤공기와 함께 힐링할 수 있는 고궁 산책은 가을날 운치 있는 나들이 코스이기도 하다. 가족팀도 많아 보인다. 오랜만의 덕수궁을 더 둘러보고자 발길을 옮겨 이국적인 석조전과 마주한다. 석조전은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지은 신고전주의를 가미한 당대에도 파격적이었던 건축으로 한국 최초의 서양식 근대 석조건축물이다. 기자도 잠시 100여 년 전 근대 역사를 더듬으며 벤치에 앉아 고종의 숨결을 느끼며 자료 정리를 한다. 석조전 옆 국립현대미술관인 덕수궁관에서는 화가 겸 조각가 문신 작가의 작품이 전시회 중이다. 무료 관람보다는 예까지 왔으니 일부러 시간 내어 감상하고픈 유혹이 더 강하게 인다. 안에 들어서니 넓고 잘 정돈된 작품들이 좋아 사진에 담고 짧은 체험도 했다. 앞으로 덕수궁 즉조당 재현 집기는 해마다 전시 예정이라고 하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꼭 방문하여 고종의 집무실과 황제가 사용했던 집기를 직접 느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계절이 수놓은 황홀한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이제 허기진 배를 달래러 나선다. 문화역사의 흔적을 느끼며 잠시 시간여행을 해보는 것도 꽤 서정적이다. 가을에 물든 산책길에 마주친 눈길에 따스함이 스치는 건 가을바람 탓일까?
윤학준 곡 ’마중‘ 이란 가곡이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이번 덕수궁 방문은 콧등이 찡한 감흥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듯하다.
50+기자단 문성실 기자(mssill@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