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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기] 남산 아래 첫동네 '해방촌'을 아시나요? |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2-08-03 | 조회수 | 7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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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남산길을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스친 해방촌이란 안내판은 늘 정겹고 희망차다. 누구나 가슴에 수첩 하나는 지니고 살면서 주름진 세월을 끄적이며 또 간직한다. 서울에 사는 지인들도 해방촌에 대해선 들어는 봤는데 아직 가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늘은 작정하고 옷깃 헤치며 옛 시간 속 여행을 떠나고자 길을 나선다. 장마가 잠시 주춤한 하늘은 푸른 햇살과 구름 날개짓으로 걸음을 재촉하지만 이곳 해방촌에서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해방촌 오거리 오르막 길에서 만난 예쁜 카페와 수입 제품, 모스크 등이 이국적이다. 벌써 애틋한 설레임으로 숨이 가쁘다. '해방촌'은 해방 직후 북한에서 월남한 실향민과 전쟁 피란민이 모여 만든 동네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의 한곳이라 한때 녹지화한다는 계획도 있었으나 반발이 심해 무산되었다. 도시 재생 사업으로 2000년 중후반부터 인근 이태원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유동 인구가 몰리고 외국인을 위한 소규모 식당들이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으로 원주민들은 조금씩 떠난 자리에 사람들이 몰리고 옆동네 경리단길처럼 힙스터와 캐쥬얼한 맛집, 아기자기하고 이색 카페를 찾는 애호가들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시끌벅적하고 흥미로운 곳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의 활성화로 중상류층과 외부인이 유입되어 상권이 형성되고 활성화되는 용어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골목상권에 대형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한 상업시설의 증가로 임대료가 급상승하면서 지역 정체성을 상실하고 영세상인이 기존 상권에서 내몰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홍대거리, 성수동, 서촌, 가로수길, 경리단길, 익선동, 샤로수길, 해방촌, 대구 김광석거리 등이다. - [출처: 위키백과] 추억을 포옹하는 신흥시장 이제 머리와 신발 끈을 동여메고 맨 처음 도착한 곳은 해방촌 오거리 신흥시장이다. 1953년 해방 이후 '해방촌 시장'으로 불리워 70년 동안 운영되어온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 사람 향기 가득한 곳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과거 모습과 오래된 벽돌, 곳곳에 수선 중인 가게가 많았고 좁다란 골목엔 수선집. 사진관, 충남정육점, 양장점 등이 이곳만의 애잔하고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시장 골목을 걷는 재미와 볼거리를 기대했던 아쉬움은 있지만. 더 많은 손님을 맞이하려고 시장 천장도 현대식으로 덮고 가게도 재정비한다는 정육점 사장님 말씀에 위안이 된다.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펼치게 될 신흥시장을 기대하며 발길을 옮긴다.
해방촌 랜드마크 해방교회 해방촌 오거리에서 소월로 길로 오르면 높고 우뚝 솟은 견고한 교회 탑이 방문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해방 2년 뒤인 1947년 실향민들이 세운 유서 깊은 교회당으로 당시 교육과 문장의 장이었다고 한다. 기자도 창밖으로 쳐다만 보았을 뿐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는데 막상 교회 앞에서 사진 한 컷에 담기에 버거운 웅장함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과거 슬픔과 쓸쓸함의 역사가 흑백 필림으로 끌어안고 있다. 교회 입구에 겹겹의 세월을 견디어낸 빛바랜 청동 종을 보니, 문득 김광균 시인 '외인촌'의 싯구처럼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봄 햇살 아래 약동하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작은 위로와 안식으로 마음이 일렁인다. 교회를 나와 걷다 보니 해방촌성당의 독특한 새하얀 건축물이 햇살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아름답다. 뷰 맛집 루프탑 카페들 해방촌 입구부터 비탈길 따라 비좁은 골목길과 탁트인 뷰의 화려한 루프탑 카페는 해방촌만의 매력을 지닌 가장 인기있는 핫플레이스이다. 고작 2-3층 높이지만 뒤를 돌면 남산타워가 보이고, 앞을 보면 서울 시내는 파노라마가 된다. 카페 옥상으로 올라가면 전망대 부럽지 않은 풍경 앞에 켜켜히 쌓였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더욱이 이태원, 경리단길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 최근 더욱 낭만적인 장소로 입소문이 나서 외국인과 젊은 커플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기자도 톡톡 튀는 개성 만점 루프탑 카페을 발견하고 고고싱~ 평일인데도 그늘막은 자리가 없어 태양 가까이로 자리했다. 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찰라, 눈앞에 정겨운 산동네와 시티뷰가 어우러져 은은한 커피 향에 반짝이는 감성과 하늘빛 바람을 담아본다. 친절한 카페 사장님께서 낮보다는 석양과 밤의 야경이 더욱 아름답고 황홀하다는 유혹적인 귀띔을 해주신다. 다음 방문에는 한여름 밤 감미로운 여정을 그려보며 다시 길을 나선다. 108계단 경사형 승강기 이제 다음 목적지는 후암동 108계단이다. 이 계단은 1943년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 전몰장병을 추모하고 승전 분위기를 띄우려고 '경성호국신사'를 지으면서 신사 참배길로 조성한 것이다. 용산구에서 이 지역이 품은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해방촌 흔적 여행길로 만들었다. 108계단의 볼거리는 2018년에 설치된 경사형 승강기다. 계단 시작점부터 꼭대기까지 4층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예전에 무릎 허리 짚으며 힘들게 올라가던 계단을 이젠 1분 안에 순삭 이동하게 되었고 장애인 휠체어 사용도 가능하다. 서울에서 주민들의 보행 편의성을 위해 설치된 첫 번째 경사형 승강기이다. 승강기가 부지런히 열일하면서 해방촌 접근성이 좋아졌으며 해방촌의 과거 시간의 추억을 따라 걷는 발걸음도 한층 더 가벼워졌다. 해방촌 골목길은 개성과 매력 넘치는 카페와 공방, 독립서점 등 해방촌 특유의 감성과 이국적인 독특한 분위기가 넘쳐난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동백꽃 필 무렵’. 영화 ‘오발탄’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그 길모퉁이에서 ‘인생샷‘을 건질 수도 있다. 마을 바로 위쪽으로 소월로가 있고 길 건너 남산과 연결되는 곳이라 관광객들과 자전거족도 자주 눈에 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흡입하는 공기의 무게부터 다르고, 땀방울 훔치는 사이 탁트인 시야로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마져 낯익은 액자처럼 오랜 풍경으로 피어난다. 역사학자 애드워드 핼릿카(E.H.Carr)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라는 명문장이 떠오른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해방촌 어느 골목길에서 과거와 현재를 간직한 기억의 곳간으로 초대하고 싶다. 한여름의 태양마져 푸른잎 사이로 숨어버린 해방촌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이곳에서 마주한 풍경들의 잔영이 꿈속에서 며칠을 허덕인대도 오늘은 몸도 마음도 충만한 자유로운 영혼이 되리라.
50+기자단 문성실 기자(mssill@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