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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기]부여 궁남지 상세 내용
[여행수기]부여 궁남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7-26 조회수 119

여행을 그리고 기획하는 일,

갈 곳을 정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차표를 예매하고 일정을 짜는 일들,

무엇을 할까? 누구와 갈까? 무엇을 먹을까?

그러나 이 습한 무더위 속 도시를, 일상을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아무 계획도 없이 무조건 출발이다.

 

네비게이션이 아니라도 대전에서 부여를 가는 길을 익숙한 길이다.

10시 출발, 부여에 11시경 도착했다.

부여 궁남지는 부여 시가지 남쪽에 위치한 백제시대의 별궁에 딸린 연못이다.

삼국사기에 무왕 35(634) 궁 남쪽에 연못을 파고

20여 리나 되는 긴 수로로 물을 끌어들였으며

물가 주변에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을 본떴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의 궁남지는 1965-1967, 1971년 실시된 복원공사를 통해 조성된 모습으로

백제시대 당시의 궁남지는 이보다 훨씬 규모가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꽃은 절정을 조금 비껴났지만 수많은 연잎이 흐릿한 날씨와 심상치 않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연잎과 유서 깊은 궁남지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연잎같이 초록으로 마음이 물들어 가슴이 설렌다.

일만 삼천여 평에 이를 정도로 넓게 펼쳐져 있고, 구역 구역 잘 정돈돼 있다.

 

궁남지 중심에는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는데

평평한 궁남지 느낌 때문인지 얕다고 생각되는데, 꽤 수심이 깊단다.

포룡정에 가면서 사진도 찍고 포룡정 마루에 앉아 보았다.

연꽃 절정의 시기를 비껴서 온 호사로운 사치다.

외국인들도 가끔 보인다.

뒤돌아 나오는 길

오리도 뒤뚱뒤뚱 제 갈 길로 가고 쇠뿔닭인지 희귀한 새도 보았다.

 

일만 삼천 평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걸으면, 보이지 않던 작은 추억들을 만난다.

연잎보다 더 크게 반짝이고 펄럭이는 염색 천들이 사람들을 부른다.

궁남지 연못가 옆 화실에서는 부여지역 공예가이고 지역화가인 분들이

연꽃 그림과 곤충을 형상화한 농산물들로 전시를 열고 계셨다.

진정으로 부여를 사랑하고 계신 분들인 거 같다.

부여에 왔고, 역사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부여박물관, 부소산성, 고란사, 낙화암에 머물러 백제 역사를 느껴볼 일이다.

 

매번 부여에 자주 왔지만 가보지 못했던 신동엽 시인 생가를 방문했다.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339호로 신동엽(1930-1969) 시인이

어린 시절부터 결혼 이후까지 살았던 집터를

유족과 문인들이 복원한 가옥(1985)이다.

집과 집안을 정갈하게 보존하고 부인과의 일화들을 간직해 전시해 놓았다.

신동엽시인을 생각하며 읽어보았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50+기자단 양정숙 기자(tomymelon@naver.com)

 

궁남지.JPG